산지천갤러리

갤러리소개

인사말

산지천, 육지와 제주 섬을 잇던 곳.
가까운 옛날의 제주시, 그러니까 비행기가 지금처럼 숱하게 뜨고 내리지 않던 시절,
산지천 끝자락에 있던 산지항은 목포와 부산을 잇는 연락선이 닿는 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옛날 산지천 주변은 제주 섬과 육지를 오가는 사람과 문물이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제주에서 가장 활기차고 번화한 곳이었을 것입니다.
또 이곳의 용천수는 칠성통과 건입동의 어린아이의 목욕터이자 어머니들의 빨래터이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당시 산지천의 문화는 변화의 물결에서 묻히고 이제는 옛날의 번화함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1995년 이곳 산지천이 복개를 해체하고 복원을 시작하기 전 이곳을 아는 제주 사람에게는 동문로터리의 ‘해병혼’ 탑에서 산지항까지의 옛 모습이 마음속으로만 그려지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곳 산지천 주변이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의 계획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하여 추진된 산지천 복원과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으로 산지천변 노후 건물들이 철거되는데,
이때 옛 녹수장, 금성장 여관, 고씨 가옥, 유성식품 등 다섯 곳의 건축물을 산지천 변의 옛 풍경을 담고 있는 가치를 살려
보존건축물로 지정하고 새활용하기로 합니다. 바로 이 녹수장, 금성장 여관 두 동을 리모델링하면서,
이곳에 산지천갤러리가 들어섰고, 2017년 12월에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산지천갤러리는 바로 원도심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옛 공간이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이 공간은 제주 사진가 또는 제주 출신의 사진사적 성취를 이룬 작고 작가의 전시하는 사진 전문 갤러리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개관 기념전시를 제주 출신의 작가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고 김수남 작가의 기획전
‘김수남, 아시아의 바다를 담다’라는 테마로 진행하였습니다.

산지천갤러리, 사진으로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날줄과 씨줄로 잇는 곳.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개관 기념전시에서 보듯이 산지천갤러리를 사진이라는 미디어의 전시 공간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사진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시대의 기록, 사회의 기억을 담는 대표적인 미디어입니다.
1950년대부터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진 활동은 이 지역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기록으로서, 역사로서 또는
예술로서 가까운 옛 제주의 기억과 지금을 불러내는 데에 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주와 육지의 날줄과 씨줄을 잇던 그런 공간에, 사진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제주의 삶과 문화의 기록, 사회의 기억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앞으로 ‘만농 홍정표의 사진들’ ‘현용준의 사진들‘ ’고영일의 사진들‘ 등 제주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는 굵직한 묶음들을 계속 선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하여 제주 사람, 개인 삶에서 남긴 개인적인 사진들까지 담아내면서 산지천갤러리는 제주
사회의 시대상을 포착하고 제주 사진가들의 빼어난 성취를 담아내는 아카이브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제주의 원도심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곳이 기록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제주의 문화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향유하는 공간이며, 앞으로 산지천변의 문화 상징 공간으로 제주 사람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