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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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전시명 :
2018 산지천갤러리×제주대학교박물관 공동 기획전 《만농 홍정표 사진전, 순덕이네 가족이야기》
전시 기간 :
2018-10-19 ~ 2018-12-30
전시 서문 :

“순덱아, 어디 감시니?”(순덕아, 어디 가니?)

마을 어귀 큰 팽낭 그늘에 앉아계신 동네삼춘들을 만나면 건네주시는 일상의 인사말입니다. 처음에는 어디 가는지 자세히 말씀드려야 하는 줄 알고 쩔쩔 매기도 했습니다. 흔한 인사말인 것을 안 것은 동네삼춘들과 많이 친해지고부터입니다. 어떤 때는 동네 삼춘이 집 마당에 불쑥 들어오셔서 “뭐 햄서?”(뭐 하니?) 묻습니다. 하는 일을 말씀드리면 “경(그렇게) 허지 말앙 영(이렇게) 해살 거여.” 하시면서 훈수를 두십니다. 이런 일상 소통이 결국 그 마을에 나를 끼워 넣어주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마을에서의 공동체적인 소통은 닫힌 문과 방 안의 생활에 익숙한 지금의 생활방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저 동네의 가까운 옛 모습으로만 남아 있기만 한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순덕이의 가족 이야기’

산지천갤러리는 제주 사람이 척박한 자연을 개척하며 공동체 삶을 살던 시절의 제주 옛 모습을 사진으로 돌아보려 합니다. 그래서 1950년대 제주의 일상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만농 홍정표 선생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 전시의 제목을 ‘순덕이의 가족이야기’라고 붙여서, 한 집안의 이야기 형식으로 우리 옛 모습을 엮어보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손바닥 모니터 안의 세상만 보는 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수눌어져서’(함께 일하면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던 제주의 모습을 불러내어 지금과 미래의 모습을 같이 그려보았으면 하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먼저 밝힐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1950년대 제주를 살아온 평범한 삼춘들의 일과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만농 홍정표 선생의 1950년대 사진 작품 덕입니다. 또한 이 사진들이 제주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되어 잘 보존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생의 작품을 기증해주신 유족분께, 영구 보관하면서 이렇게 다 같이 볼 수 있게 제공해준 제주대학교 박물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만농 홍정표 선생(1907~1992)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조천공립고등학교에서 교사로서 우리말과 향토애를 가르치며 교육의 한길을 걸어온 분이십니다. 선생은 1950년대에 제주 곳곳을 걸어다니면서 “토속문화를 실측 촬영하는 (사진)작업”을 하셨고, 1964년에 서울에서 사진전시회를 열어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홍정표 선생은 교육자이시면서 제주의 사진, 문학, 미술, 서예, 민속 보존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예술인, 민속학자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만농 홍정표 선생의 1950년대 ‘제주 사람들의 삶’의 사진 중 50점은 세계적 사진박물관이라 하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진국에 영구 기증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증을 요청한 프랑스 사진국의 큐레이터는 만농 홍정표 선생의 사진을 이렇게 표현했다 합니다.

“홍정표 선생의 사진들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 가난한 농부들의 삶을 자세하고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예술성에 의해서 땅과 노동과 일상에 밀접해 있는 우리 자신을 느낍니다. 최상의 경의를 표합니다.”‘순덕이의 가족 이야기’는 산지천갤러리가 제주 사진가 또는 제주 출신의 사진사적 성취를 이룬 작고 작가의 사진작품을 전시하는 전문 공간으로 기획한 세 번째 전시입니다. 만농 홍정표 선생의 1950년대 제주 일상 삶을 함께 보며, 지금의 제주 그리고 미래의 제주를 이야기해보는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순덱이네가 이추룩 살아왔댄 마씀. 봅데강? 왕 봅서, 우리 이야기우다.”

(제주 사람이 이렇게 살았다고 하는데, 보셨나요? 와서 보십시오. 우리 이야기입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고경대

작가소개
작가명 :
홍정표